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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가죽 가방을 샀을 때 처음 해야 할 일
새 가방을 받으면 설레는 마음에 바로 들고 나가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이 첫 며칠에 하는 행동이 그 가방의 몇 년을 좌우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만드는 쪽에서 보면 가방은 매장을 떠나는 순간부터 사용하는 분의 손으로 완성되는 물건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새 가죽 가방을 손에 넣은 날, 무엇부터 하면 좋은지를 순서대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택을 떼기 전, 포장을 풀자마자 해야 할 일은 사용이 아니라 점검입니다.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한 기간 안에 문제를 발견해야 처리가 쉽기 때문입니다. 저는 검수할 때 정해진 순서로 가방을 봅니다.
먼저 정면에서 좌우 대칭이 맞는지 보고, 그다음 봉제선의 간격이 일정한지, 가장자리 마감이 매끈한지 손끝으로 훑어봅니다. 이어서 지퍼를 끝까지 열고 닫기를 몇 번 반복하고, 금속 장식이 흔들리거나 덜그럭거리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가죽 표면에서는 색이 한쪽만 짙거나 얼룩덜룩한 부분이 있는지, 심한 주름이나 흠집이 없는지를 밝은 곳에서 봅니다. 가죽은 천연 소재라 작은 결 차이나 미세한 자국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과 불량은 구분해야 합니다. 이 구분이 어렵다면 확인한 부분을 사진으로 남겨두는 걸 권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구매 당시 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영수증과 보증서, 박스는 최소한 교환 가능 기간이 끝날 때까지 보관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확인 작업이 가방을 오래 쓰는 비결 가운데 가장 과소평가된 단계입니다. 쓰기 시작한 뒤에는 사용 흔적인지 원래 불량인지 가리기 어려워지고, 그러면 판매처와 의견이 갈리기 쉽습니다.
설렘이 가라앉기 전, 포장을 푼 바로 그날 십 분만 투자해서 꼼꼼히 보는 것이 나중에 마음고생을 훨씬 덜어줍니다. 한 가지 더 챙기면 좋은 건 냄새입니다. 새 가방에서는 가죽 특유의 냄새와 함께 접착제나 코팅제 냄새가 어느 정도 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코를 찌를 만큼 강하거나 며칠 환기를 해도 가시지 않는다면 판매처에 문의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제가 검수를 볼 때도 입고된 가방을 열어보는 순간 올라오는 냄새로 건조나 보관 상태를 가늠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태 확인을 마친 뒤에는 통풍이 되는 그늘에서 하루 이틀 가방을 열어 두고 냄새를 날려 보내는 시간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관리제와 방수 스프레이, 정말 바로 써야 할까
많은 분들이 새 가방을 사면 곧바로 크림을 바르고 방수 스프레이를 뿌려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한 가방 관리 안내를 보면 대부분의 천연 가죽 가방은 출고 전에 보호층이 입혀져 나오기 때문에, 새로 산 가방을 즉시 다시 관리할 필요는 없고 가방이 부드럽고 윤기가 있다면 일정 기간 사용한 뒤에 시작해도 괜찮다고 설명합니다(Two Sevenths).
같은 안내에서는 스웨이드나 양가죽, 에나멜 가죽처럼 물에 약한 소재에는 투명한 방수 스프레이가 수명을 늘려줄 수 있다고 하면서도, 가죽 오일을 쓴 날 같은 날에 방수 스프레이를 겹쳐 쓰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가죽 표면에는 이미 염색과 마감 코팅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아무 제품이나 덧바르면 오히려 표면이 얼룩지거나 색이 짙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매끈한 소가죽은 오일이 많은 크림을 바르면 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슨 제품이든 가방의 눈에 안 띄는 곳, 예를 들어 안쪽 모서리나 바닥 가장자리에 아주 소량 먼저 발라서 하루쯤 두고 색 변화를 확인한 뒤 사용하시길 권합니다. 비 오는 날을 대비한 방수 스프레이도 마찬가지로 먼저 작은 부분에 시험해 보고, 소재가 스웨이드나 에나멜처럼 물에 특히 약한 종류라면 우선순위를 높이면 됩니다.
결국 서두르는 것보다 가방의 소재를 정확히 알고 필요한 만큼만 쓰는 쪽이 더 안전하다고 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이 때로는 가장 좋은 관리인 셈입니다.
다만 일정 기간 써본 뒤에 표면이 건조해 보이거나 윤기가 빠진다고 느껴질 때는 그때 가죽 종류에 맞는 관리제를 소량부터 쓰기 시작하면 됩니다. 이때도 한 번에 많이 바르지 않고, 부드러운 천에 소량을 묻혀 얇게 펴 바른 다음 충분히 건조시키는 순서를 지키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처음 몇 주의 길들이기와 보관 습관이 수명을 정한다
가죽 가방은 새것일 때 약간 뻣뻣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가죽 가방 안내 글에 따르면 일상에서 2주에서 4주쯤 써야 몸에 맞게 길이 들고, 염소 가죽은 1주에서 2주로 비교적 빠른 반면 식물성 태닝 가죽은 6주에서 8주까지 걸릴 수 있다고 합니(Anuent).
같은 글에서는 길들이겠다고 가죽에 직접 열을 가하거나 올리브유 같은 식용유를 바르거나 물에 담그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가죽이 마르거나 얼룩지고, 심하면 냄새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드는 입장에서 덧붙이고 싶은 건, 심지가 들어간 구조적인 가방은 처음부터 소지품을 가득 채워 무겁게 들기보다 평소 쓰는 정도의 짐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는 점입니다.
모양을 잡아주는 속 재료가 아직 자리를 잡는 중이라, 무리한 하중이 쉽게 형태 변형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안 쓸 때의 보관도 같은 맥락입니다.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가방 안에 무산성 종이나 면포를 가볍게 채워 형태를 잡고, 가능하면 세워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더스트백은 면이나 부직포처럼 통기성 있는 소재를 쓰시고, 비닐봉투에 넣어두는 건 피하셔야 합니다. 습기가 갇혀 끈적임이나 곰팡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사광선은 가죽을 마르게 하고 색을 바래게 하니, 창가나 햇볕이 드는 선반도 피해야 합니다.
저는 이 시기를 가방과 사용하는 분이 서로 맞춰 가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급하게 무언가를 하기보다 매일 조금씩 쓰면서 지켜보는 편이 가죽에게는 가장 좋은 대접입니다.
돌이켜보면 새 가방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대단한 비법이 아니라 순서의 문제입니다. 먼저 확인하고, 필요한 만큼만 손대고, 시간을 들여 길들이는 것. 가방을 만드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잘 만든 가방일수록 사용자가 서두르지 않을 때 가장 좋은 모습으로 오래간다는 걸 실감합니다.
새 가방을 받은 날의 설렘은 그대로 두시고, 그 설렘 사이에 십 분만 점검의 시간을 끼워 넣어 보세요. 그 십 분이 몇 년 뒤 가방의 표정을 바꿔 놓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