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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디자이너의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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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등급, 풀그레인 기준표

마트에서 사과를 살 때도 상자마다 등급이 붙어 있죠. 흠집 하나 없는 사과와 살짝 멍든 사과는 같은 나무에서 열렸어도 가격이 다릅니다. 가죽도 똑같습니다. 같은 소에서 나온 가죽이라도 어느 부위인지, 표면에 상처가 몇 개인지에 따라 등급이 갈리고, 그 등급이 결국 가방 가격까지 결정합니다. 오늘은 이 가죽 등급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나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가죽 등급, 국제적으로는 이렇게 나눕니다가죽 업계에서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등급은 크게 네 단계로 나뉩니다. 가장 위 등급인 풀그레인 레더( Full-grain leather )는 소가죽 표면을 전혀 갈아내지 않고 원래 결과 모공 무늬를 그대로 살린 가죽입니다. 그다음이 탑그레인 레더 (Top-grain leathe) 인데, 표면을 아주 살짝만 다듬..

카테고리 없음 2026. 9. 3. 09:50
빛과 탄닌이 만드는 가죽의 색 변화와 반응

신사동에서 자체 가방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던 시절, 매장 오픈 준비를 마치고 쇼룸에 베지터블 가죽 가방을 처음 진열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처음 공장에서 입고되었을 때는 뽀얗고 밝은 살구빛 탄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채광이 좋은 창가 쪽 선반에 올려둔 제품과 매장 안쪽 조명 아래 둔 제품 사이에 뚜렷한 색상 톤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창가 쪽 가방은 햇볕을 받아 짙은 꿀빛으로 변해 있었고, 고객들이 거울 앞에서 자주 들어보던 피팅용 가방은 손잡이 중앙부터 짙은 갈색 톤과 함께 은은한 광택이 올라왔습니다. 그것이 단순한 변색이나 가죽의 불량이 아니라 '베지터블 가죽'이라는 천연 소재만이 가진 고유한 물리·화학적 호흡이자 특권임을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의 밝은 톤을..

카테고리 없음 2026. 9. 1. 22:51
같은 소가죽, 가격이 다른 이유ㅣ크기보다 사용 면적

가죽 견적을 받을 때 ‘소가죽’이라는 이름만 확인해서는 가격을 제대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겉보기에는 비슷한 검은색 소가죽인데 어떤 것은 가격이 높고, 어떤 것은 의외로 저렴합니다. 두께까지 비슷하다면 비싼 쪽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가방 생산을 처음 배울 때는 가죽의 종류와 두께가 같으면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오랫동안 가방을 생산하고 직접 브랜드까지 운영하면서 그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가죽 한 장의 가격보다 그 안에서 실제로 가방의 몸판을 얼마나 재단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원피의 상태와 표면 가공, 색상, 주문수량도 견적에 영향을 줍니다. 싸게 구입한 가죽에서 버리는 부분이 많이 나오면 완성된 가방..

카테고리 없음 2026. 8. 30. 09:50
세미 아닐린과 피그먼트 가죽의 차이, 좋은 가죽은 따로 있을까

가죽 샘플을 여러 장 펼쳐놓으면 사람의 손은 대체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쪽으로 먼저 갑니다. 모공과 잔주름이 그대로 보이고 손으로 만졌을 때 촉촉한 느낌이 나는 가죽입니다. 저도 가방 디자인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런 가죽이 무조건 좋은 가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방을 생산하고 직접 브랜드까지 운영해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매장에서 매일 고객의 손을 타는 가방, 밝은색 옷과 계속 마찰하는 숄더백, 비와 오염에 노출되는 데일리백에는 자연스러운 촉감만큼 관리성과 내구성도 중요했습니다. 고급스럽게 보였던 가죽이 사용 중 쉽게 긁히기도 하고, 반대로 처음에는 평범해 보였던 가죽이 오랫동안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가죽의 이름보다 표면을 어떻게 마감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6. 8. 29. 20:15
가죽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원피 선별부터 무두질 까지

이름만으로 품질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소가죽이라도 어떤 원피를 사용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무두질했는지, 염색과 표면 가공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촉감과 내구성, 가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처음 가방 일을 시작했을 때는 저도 가죽의 색과 촉감만 좋으면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생산을 거듭할수록 눈에 보이는 표면보다 그 가죽이 만들어진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공장에서 직접 겪었던 문제들을 떠올리며, 원피가 가방용 가죽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씩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원피 선별부터 무두질까지, 썩기 쉬운 원피가 소재로 바뀌는 과정가죽의 시작은 소나 양, 염소 등의 동물에서 얻은 원피입니다. 원피는 가공되지 않은 생가죽이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빠르게 부패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6. 8. 29. 08:43
국내 가죽 산업의 역사와 현재, 26년 현장에서 바라본 변화

성수동 수제화거리 가죽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생활 소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죽은 신발, 장갑, 의류, 가방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데 널리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국내 가죽 산업은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량생산 시설은 해외로 상당 부분 이동했고, 국내에는 디자인과 샘플 개발, 소량생산, 고급 수제화, 품질관리와 유통을 담당하는 업체들이 남아 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서 가죽과 부자재를 구하고, 패턴을 만들고, 봉제 공장까지 연결하는 일이 지금보다 수월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죽을 다루는 공장과 숙련된 기술자는 점점 줄었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 생산기지와 협업하는 방식이 일반화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 가죽 산업이..

카테고리 없음 2026. 8. 28. 23:21
세일 기간에 사도 되는가방과 피해야 하는 거

세일이라는 글자를 보면 평소 망설였던 제품도 갑자기 사고 싶어 집니다. 정가보다 30%, 50% 저렴하다는 표시를 보면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일은 잘 활용하면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지만, 가격만 보고 선택하면 사용하지 않는 물건만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가방과 가죽 제품은 겉모습만 멀쩡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소재의 상태와 부자재, 보관 기간, 수선 가능성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일 기간에 비교적 안심하고 사도 되는 제품과 주의해야 할 제품, 그리고 구매 전에 확인해야 할 기준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세일 기간에 사도 되는 가방 (유행을 타지 않고 사용 목적이 분명한 제품)세일 기간에 가장 먼저 살..

카테고리 없음 2026. 8. 27. 23:08
명품 아닌 좋은 브랜드 | 실무자가 추천하는 기준

가방을 고를 때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브랜드 이름입니다. 이름이 잘 알려진 브랜드라면 품질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방을 디자인하고 국내외 공장에서 생산해 온 제 경험으로 보면 브랜드의 유명세와 제품의 완성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높은 가격에는 가죽과 부자재 비용뿐 아니라 광고비, 매장 운영비, 유통 수수료와 브랜드 가치도 포함됩니다. 반대로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중에도 소재와 봉제, 구조를 꼼꼼하게 설계해 가격 이상의 품질을 보여주는 곳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명품 로고가 없는 가방 중에서 좋은 제품을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온라인 상품 설명에 적힌 화려한 표현보다 실제 가방의 소재와 구조, 마감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오늘은 제가..

카테고리 없음 2026. 8. 25. 23:03
26년 차 가방 디자이너가 시장에 나가는 이유 (현장 언어의 소통)

며칠 전에도 동대문종합시장과 신설동 부자재 상가를 한 바퀴 돌고 왔습니다. 26년째 가방을 디자인하고 생산하고 있지만, 시장에 갈 때마다 처음 보는 원단과 부자재를 발견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단의 조직과 가공 방식은 다양해지고, 지퍼·버클·장식 같은 부자재도 계속 새롭게 나옵니다. 몇 달만 시장에 가지 않아도 매대의 구성이 달라져 있을 정도입니다. 20대에 처음 이 업계에 들어왔을 때는 현장에서 사용하는 말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경험이 없다는 것을 들킬까 봐 일단 알아들은 척하고, 작업이 끝난 뒤 다른 분에게 조용히 다시 물어본 적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모르는 것이 생기면 바로 묻습니다. 오래 일했다고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며,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것이 생산 현장에서는 더 큰 ..

카테고리 없음 2026. 8. 24. 22:54
실패를 대하는 나만의 태도, 26년 생산업을 하며 몸으로 배운 것들

생산업을 26년 하다 보면 실패라는 단어 자체가 좀 무뎌집니다. 처음엔 실패 한 번에 며칠씩 잠을 못 잤는데, 지금은 실패가 오면 '아 또 왔구나' 하고 일단 숨부터 고르게 됩니다. 오늘은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신사동에서 매장을 운영하다 문을 닫았던 경험, 생산 26년 동안 거래처 네 곳이 부도를 내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렸던 시기, 그리고 디자이너였던 제가 생산자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과정까지. 화려한 성공담보다는 이런 실패의 순간들이 사실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서요.폐업이라는 실패 앞에서, 숫자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지더라고요신사동 매장을 정리하기로 결정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백화점 팝업까지 진행하면서 나름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는데, 재고는 쌓이고 회전은 안 되고, 어느..

카테고리 없음 2026. 8. 2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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