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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6년 동안 가방을 디자인하고, 국내외 원단 현장과 봉제 공장을 누비며 수만 개의 가방을 만들어온 가방 디자이너 infomina입니다.
큰맘 먹고 구매한 소중한 가죽 가방을 들고 외출했다가 손톱에 긁히거나, 어디선가 날카로운 모서리에 긁혀 하얗게 줄이 그어진 것을 발견했을 때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경험이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그 작은 스크래치 하나 때문에 온종일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상하셨을 텐데요.
많은 분들이 가방에 스크래치가 나면 *"이제 이 가방은 끝났다"*라며 패닉에 빠지거나, 무작정 아무 크림이나 바르다가 가죽을 더 망쳐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26년 차 현직 가방 디자이너로서 제 이름을 걸고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가죽 표면에 난 스크래치는 상처의 깊이(깊은 파임 vs 표면 상처)와 가죽 종류에 맞춰 올바르게 응급처치만 해주면 80% 이상 깔끔하게 복원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가방에 스크래치가 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죽 상처 종류별 대처법, 디자이너가 실제로 사용하는 가죽 에센스 활용 팁, 그리고 가방을 완전히 버리게 만드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잘못된 민간요법까지 디테일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스크래치 종류별(생활 상처 vs 깊은 파임) 대처 방법
가죽 가방에 상처가 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가방의 스크래치가 '표면만 약간 긁힌 생활 상처'인지, 아니면 '가죽 속살까지 파인 깊은 상처'인지를 냉정하게 판별하는 것입니다. 상처의 깊이에 따라 복원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도 이해하기 쉽게 우리 피부에 비유해 볼까요? 무릎에 살짝 쓰려서 살꺼풀만 하얗게 일어난 가벼운 상처가 있고, 피가 나도록 깊게 파여 살점이 떨어진 깊은 상처가 있죠? 가죽 가방도 똑같습니다.
1) 표면만 하얗게 스친 생활 상처 (손톱자국, 살짝 긁힌 자국)
가죽의 모공이나 속살이 파인 것이 아니라, 가죽 표면에 코팅되어 있던 유분막이나 안료(색상) 층만 살짝 긁혀 하얗게 자국이 남은 상태입니다. 이럴 때는 손가락 끝의 체온과 유분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지문 부위로 스크래치 자국을 원을 그리듯 부드럽게 10~20초간 지그시 문질러 주면, 가죽 내부의 유분이 열에 의해 스르륵 녹아 나오면서 하얀 자국이 마법처럼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2) 가죽 속살이 파이고 결이 들뜬 깊은 상처 (날카로운 금속/모서리 긁힘)
가죽의 겉면 코팅층을 뚫고 내부 섬유질 조직까지 찢어지거나 가죽 가루가 떨어지는 깊은 파임 상처입니다. 이 경우에는 손으로 문지르면 들뜬 가죽 결이 더 찢어집니다. 들뜬 가죽 결 방향(결의 순방향)을 따라 가죽 전용 복원 왁스나 영양 크림을 극소량 묻혀 결을 얌전히 누르고 다듬어주는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속살이 파여 색이 아예 하얗게 날아갔다면 전문 가죽 염색제(색상 보수제)를 아주 얇게 채워 넣어주는 부드러운 커버 공정이 필요합니다.
2.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죽 에센스/크림 활용 응급 처치법
가벼운 스크래치를 문질러 지웠거나 깊은 상처의 결을 정돈했다면, 이제 가죽 전체에 영양과 수분을 공급하여 상처 부위와 주변 피부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메워주는 '가죽 에센스/크림 케어'를 진행해야 합니다.
가죽은 동물의 피부였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고 수분이 마르면 건조해지면서 스크래치에 극도로 약해집니다. 주기적으로 영양 크림을 발라주는 것은 가죽에 보습 로션을 바르는 것과 같습니다.
1단계: 테스트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밑바닥이나 안쪽에서!
가죽 영양 크림이나 에센스를 가방 전면에 바로 바르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가죽 무두질 방식(베지터블, 크롬 등)에 따라 크림을 흡수했을 때 가죽 색상이 짙게 변색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가방 바닥면이나 가방 안쪽 덮개 같은 보이지 않는 구석에 쌀알만큼 묻혀 10분 정도 경과를 확인한 후 사용해야 안전합니다.
2단계: '콩알만큼' 부드러운 극세사 천에 묻혀 원을 그리며 케어
가방에 직접 크림을 짠지 마시고, 안 쓰는 안경 닦이 천이나 부드러운 면 천(극세사)에 약간의 콩알 크기만큼 크림을 묻혀 천 전체에 잘 펴 발라줍니다. 그 후 스크래치가 난 부위를 중심으로 가방 전체를 원을 그리듯 부드럽게 롤링하며 박박 문지르지 말고 부드럽게 문질러 줍니다.
3단계: 15분 건조 후 마른 천으로 2차 광택 마감
크림이 가죽 모공 속으로 충분히 스며들도록 15분 정도 방치한 뒤, 오염되지 않은 깔끔한 마른 천으로 표면에 남은 왁스 성분을 부드럽게 닦아내면 표면에 얇은 유분 보호막이 형성되면서 스크래치 자국이 옅어지고 가방 고유의 은은한 광택이 되살아나게 됩니다.
3. 절대 하면 안 되는 잘못된 가죽 관리 민간요법
인터넷이나 SNS를 검색해 보면 "가죽 가방 스크래치 지우는 법"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민간요법이 떠돌아다닙니다. 하지만 26년 차 현직 디자이너로서 단언컨대, 잘못된 민간요법을 따라 했다가 몇백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영구적으로 망가뜨리고 수선실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수없이 보았습니다.
가방을 버리지 않으려면 아래의 3가지 행동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 니베아/바세린/수분크림 바르기 (가죽 변색 및 곰팡이의 주범)
사람 피부에 바르는 보습 크림이나 바셀린은 광물성 유분과 수분 함량이 너무 높아 가죽 모공을 완전히 막아버립니다. 가죽이 숨을 쉬지 못해 축축해지면서 가죽 표면이 얼룩덜룩하게 얼룩지고 며칠 뒤 가방 전체에 하얀 곰팡이가 사정없이 피어나게 됩니다.
●바나나 껍질/마요네즈로 문지르기 (썩은 냄새와 가죽 부패)
바나나 껍질 안쪽의 타닌 성분이 가죽을 좋게 한다는 유언비어가 있지만, 과일의 유기물 성분이 가죽 모공 속에 껴서 시간이 지나면 썩은 악취를 풍기고 벌레를 끌어모으게 됩니다. 마요네즈 역시 유분이 가죽 내부로 과도하게 침투해 가죽을 축 늘어지게 만듭니다.
●아세톤/물티슈로 스크래치 문지르기 (염색층 박리)
하얗게 긁힌 스크래치를 지우겠다고 물티슈나 아세톤, 알코올을 묻혀 빡빡 문지르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티슈의 알코올 성분과 화학 용제는 가죽 표면의 염색 페인트와 보호 코팅막을 싹 녹여버리기 때문에, 스크래치 하나 지우려다 가방 표면 전체가 하얗게 벗겨지는 돌이킬 수 없는 대참사를 초래합니다.
26년 차 디자이너infomina의 솔직한 결론
가죽 가방에 난 스크래치는 가방을 망친 부끄러운 상처가 아니라, 내가 소중한 가방과 함께 세월을 보내며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훈장이자 멋(Aging)'이기도 합니다.
손톱에 그인 가벼운 상처는 지문의 온기로 따뜻하게 보듬어주시고, 전체적으로 건조해진 가죽에는 1년에 한두 번 전용 에센스로 영양을 공급해 주세요. 인터넷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속아 소중한 가방을 망가뜨리는 일 없이 올바른 응급처치법을 실천하신다면, 여러분의 가죽 가방은 10년, 20년이 지나도 멋스러운 광택을 품은 채 여러분의 곁을 지켜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