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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찌가 힙해진 이유

    톰 포드, 구찌를 되살린 이름

    요즘 SNS에서 구찌 얘기가 유독 자주 보이는데, 사실 이 브랜드가 늘 이렇게 화제였던 건 아니에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구찌는 한물간 브랜드 취급을 받으며 매출이 곤두박질쳤던 적이 있습니다.

     

    그랬던 구찌가 지금처럼 트렌디한 이미지를 갖게 된 건 결국 몇몇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 덕분인데요. 가방을 만드는 일을 오래 해온 입장에서 저도 브랜드가 이렇게 극적으로 부활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오늘은 구찌를 지금의 모습으로 바꿔놓은 세 명의 디렉터, 톰 포드와 알레산드로 미켈레, 프리다 지아니니 이야기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1990년대 초반 구찌는 거의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브랜드였습니다. 가족 경영 다툼과 무분별한 라이선스 남발로 이미지가 싸구려로 전락했고, 결국 1993년에는 창업 가문이 지분을 모두 투자회사에 넘기게 됐어요(출처: 나무위키, https://namu.wiki/w/구찌).

     

    1994년, 당시 32세였던 무명에 가까운 디자이너 톰 포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오르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뀝니다. 그는 로고와 홀스빗 같은 구찌의 오래된 유산을 그대로 버리지 않고, 여기에 섹시하고 도발적인 글래머 스타일을 입혔습니다.

     

    바로 다음 시즌인 1995년 가을 컬렉션이 큰 화제를 모으면서 구찌는 단숨에 최고 인기 브랜드로 떠올랐고, 10년 동안 매출이 90퍼센트 가까이 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Y매거진, https://ynoblesse.com/fashion-news구찌의-새로운-크리에이티브-디렉터-자리에).

     

    저는 이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게, 톰 포드가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있던 유산을 다른 시선으로 다시 입혔다는 점입니다.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위기가 왔을 때 기존의 것을 다 버리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 마련인데, 톰 포드는 반대로 구찌가 원래 가진 상징을 살리는 쪽을 택했고 그게 오히려 더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 신화를 가져온 감성

    톰 포드가 떠난 뒤 구찌는 다시 한번 정체기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2015년 1월,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프리다 지아니니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면서 공석이 생겼는데요.

     

    구찌 CEO 마르코 비자리는 당시 액세서리 부서에서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에게, 단 5일 만에 이미 준비돼 있던 남성복 컬렉션을 다시 디자인해서 무대에 올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출처: 하퍼스 바자 코리아, https://www.harpersbazaar.co.kr/article/72675).

     

    결과는 예상을 뒤엎는 성공이었어요. 미켈레는 이후 몇 년에 걸쳐 구찌 특유의 맥시멀리즘, 그러니까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과장된 형태를 즐기는 스타일을 만들어갔습니다. 빈티지한 밍크 코트와 앤드로지너스 슈트, 그리스 신화 속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프린트까지 뒤섞은 그의 컬렉션은 취임 3년 만에 매출을 42퍼센트 끌어올렸습니다(출처: 보그 코리아, https://www.vogue.co.kr/2021/11/25/예언자-알레산드로-미켈레/).

     

    저는 이 사례를 보면서, 완전히 무명이던 디자이너가 발탁된 것도 놀라웠지만, 그가 만든 스타일이 기존 구찌의 문법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는 점이 더 인상 깊었습니다. 위기에 빠진 브랜드일수록 검증된 익숙한 선택을 하기 쉬운데, 구찌는 오히려 가장 예측 불가능한 카드를 꺼내 들었던 셈입니다.

    프리다 지아니니, 클래식을 재해석한 손길

    톰 포드와 미켈레 사이, 그러니까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구찌를 이끈 사람이 바로 프리다 지아니니입니다. 그는 톰 포드가 만든 섹시하고 도발적인 이미지를 조금 절제된 방향으로 다듬으면서, 뱀부백이나 플로라 프린트처럼 구찌의 오래된 클래식 아이템들을 다시 꺼내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지아니니가 이끌던 시기의 구찌는 톰 포드 시절만큼 도발적이지는 않았지만, 대신 젯셋 라이프스타일이라 불리는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꾸준히 이어갔습니다(출처: 패션엔, https://m.fashionn.com/board/read.php?table=people&number=14497).

     

    흥미로운 건 지아니니가 훗날 구찌를 이끌게 되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같은 시기에 함께 일했다는 점인데요, 미켈레는 지아니니의 액세서리 부서에서 오른팔로 일하며 가까이서 그의 스타일을 지켜봤습니다.

     

    저는 이 흐름을 보면서, 한 브랜드의 디렉터가 바뀌어도 그 아래서 일하던 사람이 다음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지아니니가 클래식을 재해석하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 곁에서 함께 일하던 미켈레도 구찌의 유산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풀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화려함의 결이 서로 다를 뿐, 두 사람 모두 구찌가 원래 가진 걸 완전히 지우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다시 풀어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구찌를 위기에서 처음 구한 디렉터는 누구인가요.
    답변 : 1994년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톰 포드입니다. 파산 직전이던 구찌를 10년 만에 최고 인기 브랜드로 되돌려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어떻게 발탁됐나요?

    답변 : 2015년 프리다 지아니니가 갑자기 회사를 떠나면서,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액세서리 디자이너 미켈레가 단 5일 만에 남성복 컬렉션을 다시 디자인하게 됐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정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톰 포드와 미켈레의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답변 : 톰 포드는 섹시하고 도발적인 글래머 스타일을 앞세웠고, 미켈레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맥시멀리즘과 신화적인 감성을 결합한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가방을 오래 만들어온 사람 입장에서 구찌의 디렉터 교체사를 다시 들여다보니 새삼 느끼는 게 있습니다. 브랜드가 오래 사랑받으려면 한 사람의 감각에만 기대는 게 아니라, 시대마다 그 감각을 새롭게 갈아 끼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톰 포드는 파산 직전의 브랜드를 섹시한 글래머로 되살렸고, 지아니니는 그 유산을 우아하게 다듬었고, 미켈레는 전혀 다른 맥시멀리즘으로 다시 뒤집었죠.

     

    저도 예전에 신사동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한번 자리 잡은 스타일을 계속 고수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구찌의 역사를 보면, 오히려 과감하게 다음 사람에게 방향을 맡기고 새로운 시선을 받아들였을 때 브랜드가 더 오래, 더 강하게 살아남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미켈레처럼 전혀 예상 못 한 인물을 발탁한 결정이 브랜드의 운명을 바꿔놓은 걸 보면, 브랜드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오히려 브랜드를 계속 바꿔나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찌가 지금 다시 신선하고 트렌디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결국 이렇게 계속 다른 눈으로 브랜드를 다시 써온 역사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스타일이 아무리 강렬해도 영원히 유행할 수는 없다는 걸, 톰 포드와 지아니니, 미켈레가 차례로 보여준 셈입니다. 다음에 구찌를 이끌 사람이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그 사람도 이 세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브랜드의 유산을 자기만의 눈으로 다시 풀어내는 데서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