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GG, 창업자 이니셜의 탄생
구찌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아마 더블 G 로고일 텐데요. 이 로고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승마용품에서 시작된 홀스빗이라는 상징까지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는 의외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26년째 가방을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저도 브랜드 로고와 상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늘 관심 있게 지켜봐 왔는데요. 오늘은 구찌의 대표 상징인 GG 로고와 인터로킹 G, 그리고 홀스빗 버클까지 세 가지 이야기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구찌의 상징인 더블 G 로고는 창업자 구치오 구찌가 만든 게 아닙니다. 구치오는 1953년에 세상을 떠났고, 로고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1960년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이에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브랜드를 이끌던 셋째 아들 알도 구찌가, 아버지 구치오 구찌의 이름 첫 글자인 G를 따서 두 개의 G를 겹쳐 놓은 로고를 만들었습니다(출처: 포브스코리아, https://www.forbes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0496).
이렇게 이니셜을 조합해서 만든 장식 문자를 모노그램이라고 부르는데, GG 로고도 이 모노그램 방식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브랜드를 국제적으로 확장하던 알도 구찌는, 어느 나라에서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통일된 상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요. 저는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하나 발견했는데, 로고를 만든 사람이 창업자 본인이 아니라 다음 세대라는 점입니다.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창업자가 처음부터 완벽한 정체성을 만들어놓고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구찌의 경우는 정반대였습니다. 창업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그의 이름이 상징으로 완성된 셈이니까요. 저도 브랜드를 준비할 때 로고나 상징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정하려고 애썼던 적이 있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다듬어지는 상징이 더 오래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인터로킹 G, 서로 맞물린 두 글자
인터로킹 G라는 이름은 두 개의 G가 서로 맞물려 있는 구조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여기서 인터로킹이란 두 개의 부품이나 도형이 서로 걸리듯 맞물려서 하나처럼 보이게 만드는 결합 방식을 말해요.
구찌의 인터로킹 G는 단순히 알파벳 두 개를 나란히 놓은 게 아니라, 한쪽 G가 다른 쪽 G의 안쪽으로 살짝 파고들어가는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로고를 뒤집어도 똑같은 모양이 유지되는 대칭 구조를 가집니다(출처: 더블유 코리아, https://www.wkorea.com/2025/02/27).
1970년대 이후 구찌를 대표하는 시각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벨트 버클이나 주얼리, 가방 장식에 폭넓게 쓰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버클이란 벨트나 가방끈 끝에 달려서 두 부분을 고정하는 금속 부속을 말하는데, 인터로킹 G는 이 버클 장식으로 가장 많이 응용되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제가 로고 디자인을 유심히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이렇게 대칭 구조로 만든 로고는 시대가 바뀌어도 촌스러워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비대칭적이거나 화려한 장식이 많이 들어간 로고는 유행이 지나면 금방 낡아 보이는데, 인터로킹 G처럼 단순하고 균형 잡힌 형태는 수십 년이 지나도 크게 이질감이 없거든요.
재미있는 건 이 상징이 시대마다 조금씩 다르게 활용됐다는 점입니다. 1980년대에는 과감하고 큼직한 패턴으로 쓰였고, 1990년대에는 훨씬 절제된 모노그램으로 바뀌었다가, 2000년대 이후에는 미니멀한 형태로 다시 정리됐습니다. 같은 로고라도 시대의 취향에 맞게 조금씩 다르게 다듬어져 왔다는 점이, 이 상징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홀스빗 버클, 로고 아닌 상징
홀스빗은 엄밀히 말하면 로고가 아니라 상징에 가깝습니다. 승마할 때 말의 입에 물리는 재갈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디자인인데, 두 개의 고리가 하나의 막대로 연결된 형태예요(출처: 마리끌레르 코리아, https://www.marieclairekorea.com/fashion/2023/10/gucci-horsebit-1953-loafer/).
1953년, 구치오 구찌가 세상을 떠난 해에 아들 알도, 로돌포, 바스코 삼형제가 아버지가 생전에 아끼던 승마 취향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게 바로 홀스빗 로퍼입니다. 처음에는 남성용 가죽 로퍼에 장식으로 들어갔는데,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반응을 얻으면서 이후 가방과 벨트, 주얼리에도 폭넓게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재갈이란 말을 조종하기 위해 입에 물리는 금속 도구를 말하는데, 구치오가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 일하던 시절 상류층의 승마 문화를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이 이 디자인의 뿌리가 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결국 브랜드의 상징은 화려한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창업자가 실제로 사랑했던 것에서 나온다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GG 로고가 아버지의 이름에서 나왔다면, 홀스빗은 아버지가 평생 좋아했던 취미에서 나온 셈이니까요. 실제로 홀스빗 로퍼는 출시 이후 오랫동안 여러 유명인들이 즐겨 신으면서 화제가 됐고, 이후 여성용으로도 확장되며 성별을 가리지 않는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더블 G 로고는 누가 언제 만들었나요.
답변 : 창업자 구치오 구찌가 세상을 떠난 뒤, 1960년대에 아들 알도 구찌가 아버지의 이니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홀스빗은 로고와 어떻게 다른가요.
답변 : GG 로고는 알파벳을 조합한 문자 상징이고, 홀스빗은 승마용 재갈 모양을 본뜬 장식 상징이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 홀스빗은 원래 어떤 제품에 처음 쓰였나요.
답변 : 1953년 남성용 가죽 로퍼에 처음 장식으로 쓰였고, 이후 가방과 벨트, 주얼리로 확장됐습니다.
가방을 오래 만들어온 입장에서 구찌의 시작을 다시 들여다보니 새삼 느끼는 게 있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결국 창업자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봤는지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구치오 구찌는 가죽을 다루는 기술자로 출발한 게 아니라, 상류층의 짐을 나르는 벨보이로 시작해서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부터 배운 사람이었죠. 저도 예전에 신사동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처음에는 제가 만들고 싶은 것부터 앞세웠던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객이 뭘 원하는지 먼저 관찰하고 나서 기술을 붙였을 때 반응이 훨씬 좋았거든요. 저 역시 브랜드를 운영하며 비슷한 점을 많이 느꼈는데, 구치오 구찌처럼 소비자의 자리에서 먼저 배우고 그다음에 만드는 사람의 기술을 익히는 순서는 억지로 따라 하기 어려운 자산입니다.
사보이 호텔에서 몇 년을 보내며 눈으로 익힌 감각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새로운 걸 시도할 때, 제가 만들고 싶은 것보다 먼저 그걸 쓸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관찰하려고 합니다.
구찌의 시작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좋은 브랜드는 화려한 로고나 유명한 이름보다 이런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백 년이 넘은 브랜드도 결국 한 사람의 관찰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지금도 가방을 만드는 저에게는 꽤 큰 위안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