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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오 구찌는 누구인가
구찌라고 하면 대부분 마몬트나 디오니소스 같은 요즘 인기 라인부터 떠올리실 텐데요. 사실 이 브랜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창업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26년째 가방을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저도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구찌의 시작이 생각보다 훨씬 드라마틱하다는 걸 알게 됐는데요. 오늘은 구찌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창업자 구치오 구찌와 피렌체, 사보이 호텔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구치오 구찌는 1881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났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도 가죽을 다루는 장인이었다고 하는데, 정작 구치오는 젊은 시절 아버지의 가업을 그대로 잇기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했다고 전해집니다. 그의 집안은 피렌체에서 오래전부터 상업에 종사해왔다고 알려져 있는데, 구찌 가문이 스스로 밝히는 뿌리는 무려 141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요(출처: 브리태니커, https://www.britannica.com/topic/Gucci).
젊은 시절 구치오는 고향을 떠나 파리를 거쳐 런던으로 향했는데, 거기서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소제목에서 더 자세히 다룰게요.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구치오가 처음부터 가죽 장인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원래 벨보이, 그러니까 호텔에서 손님의 짐을 나르고 안내하는 일을 하던 사람이었어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여러 창업 스토리를 찾아본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이렇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브랜드를 시작한 창업자는 의외로 드뭅니다. 보통은 기술을 먼저 배우고 나서 그 기술로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치오는 반대로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부터 몸으로 익힌 다음 기술을 배우러 갔거든요.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지 않겠다고 떠난 여정이 결국 아버지의 직업이었던 가죽 세공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구찌는 왜 피렌체에서 시작됐을까
구치오는 런던에서의 생활을 마친 뒤 다시 고향 피렌체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당시 피렌체의 고급 가죽 제조업체에서 가죽 다루는 기술을 본격적으로 익히기 시작했어요(출처: 브리태니커, https://www.britannica.com/topic/Gucci).
이곳에서 그는 가죽을 재단하고 조립하는 실무를 배웠습니다. 그렇게 익힌 기술을 바탕으로 1921년, 피렌체의 비아 델라 비냐 누오바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매장을 엽니다. 이어 같은 해 빠리오네 거리에도 두 번째 매장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기 그는 아내의 지지와 함께 모아둔 자금, 그리고 대출을 더해 매장을 열었다고 전해집니다. 초창기 매장은 여행용 가방과 가죽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고, 이후 승마용품까지 취급 품목을 넓혀갔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 브랜드 창업자가 처음부터 한 가지 제품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품목을 함께 다루며 시장의 반응을 살폈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브랜드 초기에는 완벽한 자체 기술보다 시장이 원하는 걸 정확히 읽어내는 감각이 훨씬 중요한데, 구치오는 그 감각을 이미 갖춘 채로 사업을 시작한 셈입니다. 피렌체라는 도시 자체가 오랜 가죽 세공 전통을 가진 곳이었다는 점도 구치오의 창업에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보이 호텔이 구찌 탄생에 미친 영향
구치오가 가죽 기술을 배우기 전, 인생의 방향을 정하게 된 결정적인 장소가 바로 런던의 사보이 호텔입니다. 1897년, 그는 이 최고급 호텔에서 벨보이로 일하기 시작했는데요. 상류층 손님들의 짐을 나르고 안내하면서 그들이 어떤 가방을 들고 다니는지, 어떤 소재와 마감을 선호하는지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구찌).
이후 그는 국제 침대열차 회사에서도 몇 년간 근무했는데, 유럽 상류층이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어떤 물건을 곁에 두는지 더 가까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구치오는 상류층이 여행할 때 정말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몸으로 체득하게 됐어요.
저는 구치오가 처음부터 이탈리아에서 가죽 기술을 배운 뒤에 사업을 구상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먼저 영국에서 상류층의 취향을 배우고, 그다음에 고향으로 돌아와 그 취향을 구현할 기술을 익힌 거죠. 이렇게 소비자의 니즈를 먼저 이해하고 기술을 나중에 배우는 순서는, 결과물이 훨씬 시장 친화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훗날 구찌를 대표하는 승마 장식이나 여행 가방 라인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시기에 상류층의 여행 문화를 몸으로 익힌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구찌는 언제, 어디서 처음 시작됐나요.
답변 : 1921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비아 델라 비냐 누오바 거리에서 구치오 구찌가 첫 매장을 열면서 시작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구치오 구찌는 원래 가죽 장인이었나요.
답변 : 아니요. 처음에는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 벨보이로 일했고, 이후 피렌체로 돌아와 고급 가죽 제조업체에서 기술을 배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지금의 더블 G 로고도 구치오가 만든 건가요.
답변 : 아니요. 더블 G 로고는 구치오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 알도 구찌가 아버지의 이니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디자인입니다.
26년 동안 가방을 만들어 온 사람으로서 구찌의 시작을 다시 들여다보니 새삼 느끼는 게 있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결국 창업자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봤는지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구치오 구찌는 가죽을 다루는 기술자로 출발한 게 아니라, 상류층의 짐을 나르는 벨보이로 시작해서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부터 배운 사람이었죠.
저도 예전에 신사동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처음에는 제가 만들고 싶은 것부터 앞세웠던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객이 뭘 원하는지 먼저 관찰하고 나서 기술을 붙였을 때 반응이 훨씬 좋았거든요. 저 역시 브랜드를 운영하며 비슷한 점을 많이 느꼈는데, 구치오 구찌처럼 소비자의 자리에서 먼저 배우고 그다음에 만드는 사람의 기술을 익히는 순서는 억지로 따라 하기 어려운 자산입니다.
사보이 호텔에서 몇 년을 보내며 눈으로 익힌 감각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새로운 걸 시도할 때, 제가 만들고 싶은 것보다 먼저 그걸 쓸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관찰하려고 합니다.
구찌의 시작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좋은 브랜드는 화려한 로고나 유명한 이름보다 이런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백 년이 넘은 브랜드도 결국 한 사람의 관찰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지금도 가방을 만드는 저에게는 꽤 큰 위안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