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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 이름이 뭐였지?" 26년 차가 신입 디자이너에게 전하는 가방 부위별 현장 용어 완벽 가이드
가방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다 보면 머릿속에 구상한 멋진 아이디어를 실제 실물 제품으로 구현하는 기대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학원이나 학교 과정, 혹은 이론 서적만 공부하고 곧바로 신설동이나 동대문의 봉제 샘플실, 생산 공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커다란 벽에 부딪히게 되죠. 바로 '현장 용어와 명칭'의 벽입니다.
"그... 가방 입구 쪽에 지퍼 달리는 가죽 날개 부분인데요." "가방 바닥이 푹 꺼지지 않게 대는 단단한 판이요."
현장에서 공장 사장님이나 30~40년 경력의 메인 패턴사님(오야지)을 앞에 두고 이렇게 손짓 발짓으로 애매하게 설명하고 계시진 않으신가요?
이렇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하면 내가 원하는 디자인 의도가 100% 전달되지 않아 샘플이 엉뚱하게 나올 뿐만 아니라 , 현장에서는 '아, 이 디자이너 실무 전혀 모르고 들어왔구나' 하고 은근히 깔보거나 대충 작업해서 넘어가는 일까지 발생합니다.
현장 기술자분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하고 내 디자인의 퀄리티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쓰이는 알짜배기 전문 명칭을 디자이너가 먼저 완벽하게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26년 동안 가방을 직접 디자인하고 공장에서 생산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온 선배로서, 후배 신입 디자이너들이 현장에서 절대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작업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가방 부위별 현장 명칭과 구조의 비밀을 솔직하게 풀어드립니다.
1. 구찌, 소꼬, 마찌, 창틀지퍼 등 현장에서 날마다 쓰이는 실전 용어 총정리
현장에 들어서면 서적에서 보던 영어 전문 용어보다 일어에서 유래했거나 기술자분들 사이에서 수십 년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진짜 현장 용어'가 훨씬 빠르게 통합니다. 패턴사님과 지시서를 놓고 논의할 때 매일 쓰이는 핵심 명칭들입니다.
① 구찌 (가방 입구 / 개폐부 상단)
가방의 맨 위쪽 '입구'를 뜻하는 대표적인 현장 용어입니다. 가방을 열고 닫는 모든 구조가 구찌에서 결정됩니다.
- 실무 활용: "구찌를 지퍼 마감으로 할지, 자석단추로 닫을지" , *"구찌 폭을 2cm 줄여서 핏을 날렵하게 잡아주세요"*와 같이 지시할 때 쓰입니다. 구찌 부위는 손이 가장 많이 닿고 힘을 받는 부위이므로 늘어남 방지 처리가 기본입니다.
② 소꼬 (바닥판 / Bottom Panel)
가방의 '바닥' 전체를 일컫습니다. 물건을 넣었을 때 가방 형태가 밑으로 푹 꺼지거나 찌그러지는 것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부위입니다.
- 실무 활용: 패턴사님과 상담할 때 "소꼬 부분에 보강재를 대서 단단하게 잡아주세요" , *"소꼬 오염을 막게 소꼬발(가방 바닥 금속 징/Bottom Studs)을 4개 박아주세요"*라고 이야기합니다.
③ 마찌 (옆판 / Side & Bottom Panel)
가방의 폭과 입체감을 결정하는 '옆판'입니다. 옆판의 형태에 따라 가방의 수납력과 전체적인 부피감이 완벽하게 달라집니다.
- 통마찌 vs 분리 마찌: 옆판과 바닥(소꼬)이 하나의 가죽/원단으로 연결되어 한 바퀴통으로 돌아가면 '통마찌''토마찌', 옆판 좌우와 바닥판이 각각 분리되어 봉제되면 '분리 마치'라고 부릅니다.
④ 창틀지퍼 (내부 프레임 지퍼 포켓)
가방 안감이나 겉면에 지퍼 포켓을 만들 때, 가죽이나 원단을 네모나게 뚫어 마치 '창문 틀'처럼 지퍼 테이프를 감싸 물리게 하는 고급 마감 방식을 '창틀지퍼'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원단을 일자로 찢어서 지퍼를 박는 일반 지퍼 포켓보다 공임이 더 들어가지만, 가방 내부의 완성도를 대폭 올려줍니다.
⑤ 핸들(Handle) & 아대 (손잡이 & 보강 부속)
가방을 손으로 잡는 손잡이를 '핸들'이라 부르며 , 핸들이 중량을 견디지 못하고 뜯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방 몸통 안쪽이나 겉면에 덧대는 가죽 보강 부속을 '아대' 또는 '핸들 모모'라고 부릅니다.
⑥ 모모 (Momo / 연결 장식 가죽)
어깨 스트랩이나 핸들, D링 금속 장식을 가방 본체에 고정하기 위해 덧대는 작은 가죽 조각(연결부)입니다. 모모의 형태(물방울 모양, 사각형, 앙증맞은 라운드형, 족발 모양 등)에 따라 가방의 분위기가 디테일하게 달라집니다.
⑦ 기리메 작업 (Cut Edge / 재단면) & 헤리작업 (Folded Edge / 접어박기)
- 기리메작업: 가죽이나 원단을 재단한 '단면(재단선)' 그 자체를 뜻합니다. 단면을 접지 않고 그대로 노출시켜 엣지페인트(기라메)를 바르는 마감법을 '기레빠시 마감'이라고 부릅니다.
- 헤리: 가죽이나 원단 끝 단면을 안쪽으로 살짝 접어 넣어 깔끔하게 재봉하는 마감입니다.
2. 디자이너가 진짜 알아야 할 것은 '싱'이 아니라 '명칭'입니다
여기서 신입 디자이너분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고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방 안에 들어가는 보강재(싱) 종류나 두께, 압축률까지 디자이너가 다 외우고 결정해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가방 안쪽에 붙이는 보강재(싱)의 정밀한 스펙(LB, 텍손, EVA, 부직포의 정확한 mm 두께 등)이나 실제 패턴을 뜨는 정교한 계산은 수십 년간 현장에서 가죽 수축률과 봉제 두께를 다뤄온 전문 기술자, 즉 패턴사님과 공장 사장님의 전문 영역입니다. 초보 디자이너가 수십 가지 보강재의 성질을 전부 파악해서 일일이 지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현장에서도 그것까지 완벽하게 요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싱 부자재의 세세한 스펙은 몰라도, 가방의 부위별 명칭만큼은 디자이너가 반드시 완벽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왜일까요? 보강재 선택은 패턴사님과 공장 사장님의 노하우에 기댈 수 있지만, "어느 부위에 어떤 느낌을 원하는가"를 지시하는 것은 오직 디자이너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 명칭을 모르면: "패턴사님, 가방 그... 손잡이 밑에 달린 가죽 부분이랑 바닥 쪽을 좀 안 울게 단단하게 해 주세요." (패턴사님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자칫 무시당하기 쉽습니다)
- 명칭을 정확히 알면: "선생님, 핸들 모모 부위가 뜯어지지 않게 안쪽에 아테 보강 강하게 대주시고, 소꼬(바닥) 쪽은 물건 넣어도 안 처지게 단단한 싱으로 잡아주세요."
이처럼 정확한 명칭을 써서 의도를 표현하면, 패턴사님이 "아, 그럼 소꼬에는 LB 1.5T를 대고, 모모 안쪽엔 웹트론을 대면되겠네요" 하고 디자이너가 원하는 최적의 보강재(싱)를 알아서 찾아내어 적용해 주십니다. 결국 디자이너의 무기는 보강재의 학술적 지식이 아니라, 현장 기술자와 정확히 통하는 '부위별 명칭'인 셈입니다.
3. 패턴사님과 소통할 때 당당해지는 실무 작업지시 노하우
디자이너가 패턴을 직접 뜨지는 않더라도 , 작업지시서(Tech Pack)나 샘플 회의 시 정확한 부위 명칭을 사용하면 제작 실수를 제로에 가깝게 줄일 수 있습니다.
공장과 샘플실에서 바로 통하는 3가지 실무 지시 예시
- 소꼬(바닥) 및 부속 지시:"소꼬(바닥) 부분은 짐을 넣어도 밑으로 처지지 않게 단단히 잡아주시고, 바닥 오염 방지용 소꼬발 4개 균형 맞게 박아주세요."
- 구찌(입구) 및 포켓 지시:"구찌(입구) 쪽 지퍼 마시 폭은 3cm로 살리고, 안쪽 지퍼 포켓은 깔끔하게 창틀지퍼 마감으로 부탁드립니다."
- 마찌(옆판) 및 테두리 마감 지시:"옆판(마치)은 통 마찌 구조로 돌려주시고, 테두리 단면은 헤리 접지 말고 기레빠시로 깔끔하게 쳐서 기리매 마감으로 진행할게요."
원단 끝을 접어 박는 '헤리 마감'을 할 것인지, 단면을 그대로 노출해 칠을 바르는 '기레빠시 마감'을 할 것인지에 따라 패턴사님이 계산해야 하는 시침 분량(여분의 재단 치수)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부위별 마감 방식을 명확한 명칭으로 전달해야 패턴 수정이나 재작업 없이 한 번에 매끄럽게 샘플이 완성됩니다.
26년 차 선배 디자이너가 전하는 당부의 한마디
처음 샘플실이나 생산 공장의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느끼는 두려움과 어색함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저 역시 26년 전 초보 시절에는 현장의 생소한 분위기와 무뚝뚝한 사장님들의 반응에 주눅 들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부위별 명칭을 제대로 알고 당당하게 의사를 표현하면, 현장의 기술자분들도 디자이너를 절대로 대충 대하거나 무시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 디자이너는 실무 소통이 완벽히 되는 친구구나" 하며 하나라도 더 기술적인 조언을 해주시고, 봉제 한 땀까지 신경 써서 꼼꼼하게 가방을 만들어 주시죠.
보강재의 세부 스펙에 너무 중압감을 느끼지 마세요. 가방의 각 부위 명칭부터 차근차근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현장에서 무시당하지 않는 가장 강력한 첫걸음입니다. 소중한 후배 디자이너분들의 멋진 아이디어가 세상 밖으로 완벽한 가방이 되어 나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