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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동 가방 브랜드
    신사동서 가방 브랜드 런칭

     

     

    가끔 블로그 댓글로 "원래부터 가방 만드는 일을 하고 싶으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때마다 조금 머뭇거리게 됩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꿈이 있었다기보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표현이 더 솔직하거든요. 오늘은 신사동에서 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진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신사동 가방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진짜 계기

    처음부터 제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큰 그림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원래 가방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브랜드에서 디자인 업무를 맡으며 가방 만드는 법을 하나씩 배워가던 시절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디자인만 하는 것보다 생산 전체를 직접 다뤄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에서 생산업체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공장과 소재, 부자재를 직접 다루며 생산 전반을 책임지는 일을 하다 보니, 디자인만 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소재가 실제로 잘 팔리는지, 어떤 구조가 생산 단가를 줄이면서도 완성도를 지킬 수 있는지, 이런 감각이 생산업체 시절에 쌓였습니다. 그런데 남의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주는 입장에 서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제 이름을 건 브랜드를 직접 내고 싶다는 욕심이 강하게 생겼습니다.

     

    디자인 감각도, 생산 노하우도 이미 손에 익은 상태였으니, 이제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 브랜드를 위해 써보고 싶었던 거죠. 다만 이미 자리를 잡은 생산업체, 그러니까 가방 프로모션 사업은 그대로 계속 운영하면서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사업을 정리할 이유는 없었으니까요.

     

    대신 그 프로모션 업체와는 별개로, 신사동에 따로 자리를 잡고 독립적으로 새 브랜드를 하나 더 냈습니다. 한쪽에서는 다른 브랜드들의 생산을 책임지는 프로모션 업무를 계속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제 이름을 건 브랜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키워보고 싶었던 겁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끌고 간다는 게 결코 만만한 결정은 아니었는데, 그만큼 제 브랜드를 향한 욕심이 컸던 것 같습니다. 신사동을 택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2013년 당시 신사동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동네로 꼽히던 곳이었습니다.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새로운 브랜드와 편집숍이 계속 들어서고, 사람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몰리던 시기였습니다. 이제 막 제 브랜드를 알려야 하는 입장에서는 유동 인구가 많고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에 자리를 잡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시작해 천천히 입소문을 기다리기보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브랜드를 빠르게 알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디자이너에서 생산업체로, 그리고 다시 제 브랜드로 이어진 이 흐름은 계획된 게 아니라, 매 순간 조금씩 더 많은 걸 직접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쌓여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방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창업 초반, 겁 없이 뛰어든 도전의 기억

    막상 브랜드를 시작하고 나니 배운 것과 실제로 부딪히는 현실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생산업체에서 프로모션 일을 할 때는 정해진 발주에 맞춰 만들어서 넘기면 그걸로 제 역할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제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다 보니 세금 처리, 소재 거래처와의 계약, 수입 통관 문제, 자금 관리까지 전부 제 손을 거쳐야 한다는 걸 그제야 실감했습니다.

     

    프로모션만 하던 시절에는 전혀 몰랐던 영역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뼈아팠던 실수는 소재를 대하는 제 태도였습니다. 그때는 좋은 가죽이 곧 좋은 가방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무조건 좋은 가죽만 쓰면 브랜드가 성공할 거라는 확신에 이탈리아산 가죽을 무모할 정도로 크게 발주했습니다. 시장 반응을 조금씩 살피며 소량으로 시작해도 됐을 텐데, 처음부터 자신감 하나로 물량을 크게 질러버린 겁니다.

     

    문제는 이탈리아 가죽이 국내산보다 단가가 훨씬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재고로 쌓인 고가 원단은 그대로 자금을 묶어버렸고, 예상만큼 팔리지 않으면서 한동안 자금 압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재고 부담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소재를 쓰는 것과 그 소재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시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는데, 그때는 그 차이를 전혀 몰랐습니다.

     

    놀랍게도 그때 수입했던 가죽 중 일부는 지금도 저희 창고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벌써 몇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원단들을 볼 때마다, 그 시절의 무모했던 결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이 실수를 겪고 나서야 저는 좋은 가죽보다 먼저 봐야 하는 게 시장의 반응 속도와 내 자금 여력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 시절의 무모함이 뼈아팠던 만큼, 지금도 새로운 소재를 발주할 때마다 그때의 기억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지금 돌아보면 보이는 그때의 진짜 이유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 더 솔직하게 그때를 돌아보게 됩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내 손으로 브랜드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밑바탕에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 편할 때도 있었지만, 동시에 제 판단이 옳았는지 끝까지 확인할 기회가 없다는 게 늘 아쉬웠습니다. 창업은 그 아쉬움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던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물론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자금 압박에 밤잠을 설친 날도 있었고, 믿었던 거래처와 틀어져 마음고생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제가 어떤 디자이너인지,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가장 만족스러운지를 확실히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중을 오가며 생산과 소재를 직접 챙기는 지금의 일하는 방식도, 결국 그때 신사동에서 겁 없이 시작했던 그 도전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은 제 브랜드보다는 생산 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때의 마음가짐 하나만큼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제 브랜드를 운영하던 시절, 고객이 완성된 가방을 받아 들고 행복해하던 그 순간을 직접 지켜본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그 표정을 보면서 저는 가방 하나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어쩌면 어떤 순간의 기분까지 바꿔줄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지금은 제가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생산을 맡을 때마다 그때의 그 마음을 그대로 가져오려고 합니다.

     

    이 가방을 받아 들 누군가가 있다는 걸 잊지 않으면, 봉제선 하나, 마감 하나를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지 않아도, 그 마음만큼은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오랜만에 그 시절 신사동 골목을 떠올려봤습니다.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더 지혜롭게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무모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에 시작하는 것보다, 부족한 채로라도 일단 부딪혀보는 것이 결국 더 많은 걸 가르쳐준다는 걸, 저는 그 시절을 통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