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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가방은 1년 만에 껍질이 벗겨질까?

 

 

안녕하세요! 2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가방을 디자인하고, 국내외 원단 시장과 봉제 공장을 누비며 수만 개의 가방을 직접 제작해 온 가방 디자이너 infomina입니다.

큰맘 먹고 예뻐서 산 가방인데,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손잡이나 모서리 부분이 비듬처럼 하얗게 벗겨지고 뚝뚝 떨어져 나가 당황하셨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옷에 가죽 가루가 묻어나고 어깨끈 껍질이 떨어지는 걸 보면 "내가 돈 주고 쓰레기를 샀나?" 하고 속상하고 허탈한 마음이 들곤 하죠.

많은 분들이 "싸구려 가방이라 그렇다", "내가 관리를 잘못해서 그렇다" 하고 생각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26년 차 현직 디자이너로서 제 이름을 걸고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가방 껍질이 벗겨지는 것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가방을 만들 때 쓰인 '소재의 화학적 수명' 때문입니다.

오늘은 1년 만에 가방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소재의 비밀과, 26년 차 디자이너인 제가 현장에서 알려드리는 오래 쓰는 가방 고르는 법, 그리고 신설동 시장을 활용해 벗겨진 가방을 셀프로 살려내는 기리매 수선 꿀팁까지 아주 디테일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년 만에 껍질 벗겨지는 가방, PU와 PVC 소재의 충격적인 진실


우리가 흔히 '합성가죽', '인조가죽', '레더'라고 부르는 소재는 사실 가죽이 아니라 플라스틱 가공품입니다. 원단 직물 표면에 화학 수지를 얇게 코팅해서 가죽 모양의 결을 인쇄해 놓은 것이죠. 이 합성가죽은 크게 PU(폴리우레탄)와 PVC(폴리염화비닐) 두 가지로 나뉩니다.

 

PU(Polyurethane) 소재의 한계 — '가수분해' 현상

PU 가죽은 터치감이 부드럽고 진짜 천연 가죽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고급스러워 보여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PU 소재에는 결정적인 시한폭탄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바로 공기 중의 습기와 반응하여 스스로 분해되는 '가수분해' 현상입니다.

여러분이 가방을 장롱 속에 잘 보관해 두었더라도, 한국의 여름철 습기와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하면서 2~3년이 지나면 화학 결합이 깨지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가방 표면이 쩍쩍 갈라지며 껍질이 비듬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것입니다.

 

PVC(Poly Vinyl Chloride) 소재의 한계 — '유연제 증발' 현상

PVC 가죽은 PU보다 뻣뻣하고 단단하여 저가형 쇼퍼백이나 합성가죽 가방에 많이 쓰입니다. 원래 딱딱한 플라스틱인 PVC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플라스티사이저(유연제)'라는 화학 약품을 섞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유연제가 공기 중으로 전부 날아가 버립니다.

유연제가 마른 PVC 가방은 유리처럼 딱딱해지면서, 접히는 모서리나 어깨끈 부위부터 과자처럼 툭툭 부러지고 껍질이 조각나며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PU나 PVC로 만든 가방은 사용 횟수와 상관없이 제작된 순간부터 모래시계가 돌아가듯 수명이 정해져 있는 소재인 셈입니다.

 

26년 차 디자이너가 알려주는 '10년 써도 안 벗겨지는 가방' 고르는 법

 

디자이너로서 가방을 기획할 때 늘 고민하는 것이 바로 '원단 단가와 수명의 타협'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매장에서 가방을 골라잡을 때, 1년 만에 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짱짱하게 쓸 수 있는 가방은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요? 26년 현장 노하우 3가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① 손잡이와 어깨끈 단면의 '원단 안쪽'을 확인하세요

가방의 마찰이 가장 심한 곳은 손잡이와 끈입니다. 끈 끝부분이나 절단면을 살짝 들여다보았을 때, 안쪽에 얇은 실같이 보풀거리는 보강 부직포가 보인다면 100% PU/PVC 인조 가죽입니다. 오랫동안 껍질 벗겨짐 없이 쓰려면 최소한 손잡이와 어깨끈만큼은 '천연 가죽(실론 가죽/가죽 매칭)'으로 처리된 제품을 고르시는 것이 지혜롭습니다.

 

② '풀그레인(Full Grain)' 또는 '풍부한 오일가죽'을 고르세요

천연가죽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건 아닙니다. 가죽 표면의 상처를 없애겠다고 겉면을 샌드페이퍼로 갈아내고 그 위에 두껍게 안료(페인트)를 덮어버린 '스플리트 가죽(도마뱀 가죽 등)'은 천연가죽이라도 몇 년 뒤 페인트 코팅이 껍질처럼 떨어질 수 있습니다. 가죽 본연의 결이 살아있고 오일감이 살짝 도는 가죽을 고르셔야 오래 쓸수록 그윽한 빈티지 멋이 살아납니다.

 

③ 캔버스(면/코듀라) + 천연가죽 포인팅 가방이 가장 가성비가 높습니다

전체 천연가죽 가방의 무게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몸통은 튼튼한 캔버스나 고밀도 나일론(코듀라 등) 원단으로 되어 있고, 마찰이 많고 테두리가 닿는 부분만 천연가죽으로 감싸 마감한 가방을 선택하세요. 껍질 벗겨질 염려 없이 10년 이상 가볍고 탄탄하게 쓰실 수 있습니다.

신설동 부자재 시장에서 밝히는 디자이너의 셀프 기리매 수선 꿀팁

가방을 쓰다 보면 몸통은 멀쩡한데, 가방 테두리나 손잡이 옆면에 칠해져 있던 고무 같은 마감재가 파먹은 것처럼 툭 떨어져 나가 속살이 훤히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방 용어로 이 테두리 방수 페인트 마감재를 '기리매(에지코트, Edge Coat)'라고 부릅니다.

테두리 기리매가 벗겨졌다고 해서 몇만 원씩 주고 수리 집에 맡기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집에서 아주 쉽고 완벽하게 셀프 수선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서울 신설동 가죽 부자재 거리를 활용하세요

서울 동대문 옆 신설동에 가면 가방 디자이너들과 공장 사장님들이 다니는 '신설동 가죽 부자재 시장'이 있습니다. 이곳 약품 가게에 내가 가지고 있는 가방을 직접 들고 가보세요.

가방 컬러와 딱 맞는 기리매 약품 사기

가게 사장님께 가방을 보여드리면, 수백 가지 컬러 샘플 중에서 내가 가져간 가방 테두리 색상과 99% 똑같은 기리매(엣지코트) 약품을 딱 찾아주십니다.

 매우 중요한 팁: 기리매는 무조건 '가장 작은 통'으로 사세요!

기리매 약품을 사실 때 굳이 욕심내서 큰 통을 사실 필요가 절대 없습니다. 어차피 뜯어진 테두리 몇 군데 칠하는 데는 몇 방울 쓰지도 않을뿐더러, 기리매 약품은 뚜껑을 열어두면 시간이 지나 바짝 말라 묵처럼 굳어버립니다. 따라서 가장 작은 용량(작은 약병 크기)의 소용량 기리매 통으로 사시는 것이 돈도 아끼고 가장 똑똑하게 구매하는 방법입니다.

 

[셀프 기리매 수선 3단계]

         정리하기: 벗겨지고 너덜거리는 기존 테두리 기리매 잔여물을 이쑤시개나 커터 칼로 깔끔하게 잘라냅니다.

          칠하기: 신설동에서 사 온 기리매 약품을 이쑤시개나 헌 붓 끝에 살짝 묻혀, 뜯겨나간 속살 부위에 톡톡 얹어주듯 매끄럽게 발                         라줍니다.

         말리기: 먼지가 앉지 않는 그늘에서 2~3시간 바짝 말려주면, 신기하게도 공장에서 갓 나온 가방처럼 매끈하고 완벽하게 테두                       리가 복원됩니다!

 

 26년 차 디자이너 infomina의 솔직한 결론

아끼던 가방의 껍질이 벗겨지거나 테두리가 깨졌다고 해서 너무 낙담하거나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지 마세요.

가방의 원단을 형성하는 PU/PVC 소재의 물리적 한계를 이해하고, 지혜롭게 오래 쓰는 가방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신다면 앞으로 가방 선택 실패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테두리 마감이 살짝 깨진 정도라면 오늘 베테랑 디자이너가 알려드린 "신설동 부자재 상가에서 내 가방 색상과 딱 맞는 소형 기리매 사서 칠하기" 꿀팁을 꼭 한번 활용해 보세요.

소중한 추억이 담긴 가방을 내 손으로 직접 살려내는 소소한 재미와 함께, 가방의 수명을 몇 년이나 더 연장시키는 기쁨을 누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정리해 드린 디자이너의 현장 지식이 여러분의 합리적인 가방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