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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드 원단 재단이 유독 까다로운 이유, 직조기가 만드는 무늬
"이 원단 왜 이렇게 비싸요?" 매장에서 자카드 원단으로 만든 가방을 소개하면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겉으로 보면 그냥 무늬 있는 천 같은데, 왜 유독 값이 나가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답은 원단 자체보다 재단 과정에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자카드가 뭔지부터 짚고 갈게요. 가방에 그림을 인쇄하듯 나중에 무늬를 찍어 넣는 원단이 있고, 반대로 실을 짤 때부터 무늬가 함께 만들어지는 원단이 있는데, 자카드는 후자에 속합니다.
실 색깔과 짜는 순서를 다르게 조합해서 아예 원단 안에 무늬를 심어버리는 방식이에요. 이게 가능해진 건 1804년 프랑스의 조제프 마리 자카드라는 사람이 만든 특수 직조기 덕분입니다.
이 기계는 구멍이 뚫린 카드로 실 하나하나를 어떻게 들어 올릴지 지시했는데, 이 방식이 나중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원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위키백과). 쉽게 말해 학교에서 배우는 십자수를 상상하면 됩니다.
한 땀씩 손으로 무늬를 놓던 걸, 기계가 자동으로 아주 빠르고 정교하게 해내는 거죠. 저는 원단 시장에서 자카드 롤을 볼 때마다 이 무늬가 프린트가 아니라 짜여서 만들어졌다는 걸 손끝으로 먼저 확인합니다.
앞뒤 색이 은은하게 다르거나 살짝 도톰한 입체감이 느껴지면 자카드일 확률이 높거든요. 프린트 원단은 앞면만 색이 진하고 뒷면은 흐릿한데, 자카드는 짜임 자체가 무늬라 뒷면에도 무늬 흔적이 살아 있습니다.
무늬매칭과 로스율, 버려지는 원단은 얼마나 될까
여기서부터가 진짜 문제입니다. 무늬 없는 원단은 아무 데서나 잘라 붙여도 티가 안 나요. 하지만 자카드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무늬가 반복되는 원단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가방 앞판과 뒤판을 이어 붙였을 때 꽃무늬가 중간에서 뚝 끊기거나 어긋나 있으면 아무리 좋은 소재로 만들어도 싸구려처럼 보이거든요. 그래서 재단할 때는 무늬의 같은 지점에서 같은 지점으로 맞춰 잘라야 하는데, 이걸 무늬매칭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 무늬매칭을 지키려면 원단을 촘촘하게 이어 붙여 자를 수가 없다는 겁니다. 무늬가 맞는 지점을 찾아 자르다 보면 그 사이사이에 어중간하게 남는 자투리 천이 생기고, 이 자투리는 크기가 애매해서 다른 데 쓰지도 못하고 버려집니다.
이렇게 원단을 사 온 양 대비 실제로 못 쓰고 버리는 비율을 로스율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무늬 없는 원단을 재단할 때보다 자카드처럼 무늬매칭이 필요한 원단에서 로스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걸 현장에서 자주 봤습니다.
초등학생 친구들도 색종이로 똑같은 무늬를 이어 붙여본 적 있을 텐데, 그때 무늬를 딱 맞추려고 자르다 보면 어중간한 조각이 자꾸 남는 것과 똑같은 원리예요.
실무자가 로스율을 줄이기 위해 쓰는 방법
그렇다고 손 놓고 원단을 버릴 수만은 없으니, 현장에서는 로스율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씁니다. 가장 기본은 마카라고 부르는 재단 배치도를 컴퓨터로 미리 짜보는 겁니다.
원단 폭과 무늬 반복 간격을 입력해서 어느 방향으로 조각을 배치해야 가장 적게 버리는지 시뮬레이션해 보는 거죠. 저도 새로운 자카드 원단이 들어오면 실제 재단에 들어가기 전에 이 배치도부터 몇 번이고 돌려봅니다.
그리고 겉에서 잘 안 보이는 옆면이나 안쪽 이음선은 무늬를 굳이 맞추지 않고, 눈에 딱 띄는 앞판과 뚜껑 부분만 정확히 맞추는 식으로 타협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완성품 품질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버려지는 원단은 확실히 줄어듭니다. 또 하나, 무늬 반복 간격이 작은 원단을 고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늬가 크고 듬성듬성할수록 맞출 지점을 찾기 어려워서 로스율이 커지고, 무늬가 작고 촘촘할수록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재단할 수 있거든요. 저는 이 과정을 볼 때마다 결국 예쁜 무늬 하나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글을 쓰면서 새삼 느낀 게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냥 예쁜 무늬가 있는 가방일 뿐인데, 그 무늬 하나를 어긋나지 않게 맞추기 위해 원단이 얼마나 버려지는지는 아무도 잘 모른다는 거예요.
저는 이 낭비를 줄이는 일이 단순히 원가를 아끼는 문제가 아니라, 좋은 소재를 함부로 쓰지 않겠다는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무늬 하나 맞추자고 버려지는 천 조각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많은데, 그래서 요즘은 이런 자투리 원단을 작은 파우치나 카드지갑으로 다시 살리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는 게 반갑습니다.
앞으로 자카드 가방을 보실 때는, 그 무늬가 딱 맞춰져 있는 것 자체가 누군가의 계산과 손길이 들어간 결과라는 걸 한 번쯤 떠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