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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가방 보관법 (자연건조, 통기성, 곰팡이)
안녕하세요! 여름철 장마가 시작되면 매일 비가 오고 집 안도 눅눅해지죠? 이럴 때 가장 비상이 걸리는 것이 바로 가죽 가방입니다. 가죽은 물과 습기에 매우 약한 소재라서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곰팡이가 피거나 가방 모양이 비틀어질 수 있어요. 실제로 습도가 70퍼센트 이상인 상태로 오래 방치되면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환경부). 제가 직접 26년 동안 수천 개의 가죽 가방을 다뤄봤는데, 장마철에 들어오는 하자 문의 열 건 중 여덟 건은 가방 자체 문제가 아니라 보관 방법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가죽가방 보관법의 핵심만 정리해서 알려드릴게요.
가죽가방 보관법의 첫걸음, 자연건조가 정답인 이유
우산으로 가려도 가방 밑부분이 젖거나 빗물이 튀는 건 피하기 어렵습니다. 비에 젖은 가죽을 발견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말리느냐입니다.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부터 알려드릴게요. 먼저 드라이기 사용은 금물입니다. 빨리 말리겠다고 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을 쐬어주면 가죽 속 수분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가죽이 오그라들거나 표면이 갈라질 수 있습니다. 햇빛에 말리는 것도 금지입니다. 햇볕 아래 두면 가죽 색이 누렇게 뜨거나 얼룩덜룩하게 변퇴색될 수 있는데, 변퇴색이란 원래 색이 변하거나 부분적으로 빠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급한 마음에 드라이기를 썼다가 가죽 표면이 미세하게 갈라진 경우를 현장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올바른 건조 방법은 세 단계입니다.
첫째, 물기 제거는 마른 부직포나 부드러운 타월로 젖은 부위를 살살 눌러가며 흡수시키세요. 이때 가죽의 흡습성을 이용하는 건데, 흡습성이란 소재가 주변의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뜻합니다. 문지르면 가죽 표면에 마찰이 생겨 스크래치가 날 수 있으니 콕콕 누르듯 닦아주는 게 좋습니다.
둘째, 그늘 건조는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그늘에 두고 천천히 말리는 겁니다.
셋째, 완전 건조 확인은 표면만 마른 걸로 끝내지 말고 가죽 안쪽까지 바짝 마를 때까지 최소 하루 이상 그늘에 두는 것입니다.
가방 속 모양 잡기 : 신문지와 실리카겔 활용법. 신문지를 공처럼 동그랗게 구겨 가방 안에 빵빵하게 채워 넣으면 가방 형태가 일그러지는 걸 막아주고, 종이 특유의 성질로 가방 속 습기까지 흡수해 줍니다. 다만 명품 가방이나 안감이 흰색, 베이지색처럼 밝은 색이라면 신문지 잉크가 묻어날 수 있으니 무산성지, 즉 산성 성분이 없어 색이 옮지 않는 흰 종이나 A4 용지로 대신하는 게 안전합니다. 여기에 전자제품 살 때 딸려오는 실리카겔 봉지를 신문지 사이에 2~3개 함께 넣어두면 습기 제거 효과가 한층 강해집니다.
옷장 보관 시 통기성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
가방을 다 말렸다고 안심하고 옷장에 바로 넣어버리는 분들이 많은데, 여기서 방심하면 애써 말린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어요. 옷장은 문을 닫아두는 시간이 많아 통기성이 떨어지는 공간입니다. 통기성이란 공기가 얼마나 자유롭게 드나드는지를 나타내는 정도인데, 통기성이 낮으면 습기가 그 자리에 계속 머물게 됩니다. 실제로 실내 습도가 계속 60퍼센트를 넘는 상태로 유지되면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기준입니다(출처: 환경보건포털).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안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조용히 곰팡이가 자라기 딱 좋은 환경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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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나 밀폐되는 플라스틱 상자 보관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비닐에 싸두면 깨끗하게 보관될 것 같지만, 사실 이게 가방을 망치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가죽은 아주 작은 숨구멍으로 계속 숨을 쉬는 소재인데, 비닐이나 밀폐 상자에 넣으면 그 안에 갇힌 공기와 수분이 빠져나갈 곳을 잃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도 처음 일을 배울 때는 비닐이 먼지를 막아주니 더 좋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통기성을 완전히 차단해서 곰팡이를 키우는 온실이 되어버리더라고요.
통기성 좋은 더스트백이나 순면 천을 활용하세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방 구매 시 함께 받는 부직포 재질의 더스트백에 넣어 보관하는 것입니다. 더스트백은 먼지는 막아주면서도 공기는 통하게 만들어져 습기가 안에 갇히지 않습니다. 더스트백이 없다면 순면 100퍼센트 베갯잇이나 안 입는 면 티셔츠로 감싸주는 것도 좋은 대안입니다.
화학 제습제와는 절대 직접 닿지 않게 하세요. 옷장 아래 흔히 두는 물먹는 제습제에는 염화칼슘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 제습제에서 나온 액체가 실수로 가죽에 직접 닿으면 그 부분만 딱딱하게 굳고 오그라들면서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가 완전히 불가능해집니다. 가방을 둘 때는 제습제와 최소 30센티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되도록 제습제보다 위쪽 선반에 올려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도 정리해 드립니다. 더스트백에 넣고 지퍼백으로 한 번 더 감싸도 될까요. 안 됩니다. 지퍼백도 비닐과 마찬가지로 밀폐되는 소재라 통기성을 막아 습기를 가둡니다. 더스트백만으로 보관하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옷장이 아니라 서랍장에 보관해도 될까요. 서랍장도 옷장처럼 문을 닫아두면 통기성이 떨어지는 공간이라 원리는 똑같습니다. 더스트백 보관과 제습제 거리 두기 원칙을 그대로 지켜주시면 됩니다.
곰팡이가 이미 피었을 때 응급 처치와 재질별 관리법
장마철을 지나며 가방 표면에 흰색이나 녹색의 먼지 같은 곰팡이가 피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물로 닦지 않아야 합니다. 물티슈나 젖은 수건으로 닦으면 곰팡이의 포자가 가죽 가공층 안쪽까지 깊숙이 파고들 수 있습니다. 포자란 곰팡이가 번식하기 위해 퍼뜨리는 아주 작은 씨앗 같은 입자를 말합니다. 대신 가제 손수건이나 부직포 타월 같은 마른 천으로 곰팡이를 밖으로 털어내듯 살살 닦아냅니다. 그다음 가죽 전용 클리너나 보습 크림을 조금 묻혀 가볍게 코팅해 주면 좋습니다. 클리너가 없다면 소독용 에탄올을 마른 천에 살짝 묻혀 닦아낼 수도 있는데, 가죽 염색이 빠질 위험이 있으니 가방 안쪽이나 바닥면처럼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먼저 테스트해 본 뒤 사용하세요.
가죽 재질에 따라 관리 방법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같은 가죽이라도 가공 방식에 따라 습기에 반응하는 정도가 전혀 다르거든요. 내 가방이 어떤 재질인지 먼저 확인해 보세요. 천연 소가죽이나 양가죽은 습기에 가장 약한 편이라, 장마철에는 가급적 외출 시 들지 않는 게 좋고 외출 후에는 가죽 전용 영양 크림을 발라 수분 보호막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스웨이드나 누벅은 물이 닿으면 결이 망가지고 얼룩이 그대로 남기 때문에, 젖었을 땐 건조 후 스웨이드 전용 솔로 결을 살살 빗어 올려주어야 합니다. 참고로 육안으로 구분하자면 누벅은 표면이 좀 더 매끈해 보이고 스웨이드는 잔털 같은 느낌이 있어서, 이 특성을 알면 재질을 헷갈리지 않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인조가죽은 발수 코팅이 되어 있어 천연가죽보다 습기에는 강한 편인데, 발수 코팅이란 표면에서 물방울이 스며들지 않고 굴러떨어지게 만드는 처리를 말합니다. 다만 물기에 오래 방치되면 표면 코팅층이 벗겨지거나 끈적거릴 수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마른 수건으로 잘 닦아주어야 합니다.
26년째 가방을 만들면서 느낀 것
가방 디자이너로 26년을 지내오면서 정말 많은 가방이 습기 때문에 망가지는 걸 봐왔습니다. 특히 안타까운 건, 대부분 가방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보관 방법을 몰라서 생긴 문제였다는 점입니다. 좋은 가죽으로 정성껏 만든 가방도 습기 관리를 못 하면 몇 개월 만에 상해버리고, 반대로 평범한 가방이라도 관리만 잘하면 몇 년을 새것처럼 쓸 수 있습니다.
결국 가방의 수명은 소재만큼이나 주인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현장에서 셀 수 없이 확인했습니다. 특히 부자재까지 신경 써서 만든 가방일수록 이런 기본 관리의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걸어도금(하나하나 걸어서 도금 하는 방법)에 코팅까지 꼼꼼하게 처리된 금속 장식은 습기에 노출돼도 쉽게 변색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저가 부자재는 장마철 한 번만 잘못 관리해도 색이 변하거나 녹이 스는 경우를 현장에서 자주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가방을 고를 때도, 관리할 때도 겉모습보다 이런 디테일을 먼저 살펴보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이 글에서 소개해 드린 가죽가방 보관법은 거창한 게 아니라, 제가 26년 동안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법들입니다. 특별한 도구나 비싼 제품 없이도, 그늘 건조와 통기성 있는 커버, 이 두 가지만 지켜도 대부분의 습기 문제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혹시 가방을 보관하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정확하게 답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