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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안 쓰니까 더 친환경이겠죠?" 비건 레더로 만든 가방을 문의하시는 분들에게 자주 듣는 말입니다. 동물을 쓰지 않았으니 당연히 환경에도 좋을 거라는 생각인데, 소재를 직접 다뤄온 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천연가죽과 인조가죽, 둘 중 무엇이 환경에 더 나은지 팩트체크를 해보려 합니다.
천연가죽 vs 인조가죽, 만드는 과정부터 다르다
먼저 두 소재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천연가죽은 소를 키우고 도축한 뒤 가죽을 무두질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무두질 과정에서 크롬 같은 화학물질을 쓰기 때문에 폐수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수질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소를 키우는 축산업 자체가 상당한 메탄가스를 배출한다는 점도 자주 지적되는 부분입니다.
반면 흔히 인조가죽이라 불리는 소재는 대부분 폴리우레탄이나 폴리염화비닐 같은 석유화학 원료로 만들어집니다. 한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폴리우레탄은 태울 때 유독가스가 발생해서 대부분 매립 처리하지만 분해가 까다롭고, 폴리염화비닐은 소재를 부드럽게 만드는 프탈레이트 가소제 때문에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한국일보).
저는 실무에서 이 두 소재를 모두 다뤄봤는데, 천연가죽은 무두질 냄새와 폐수 관리가, 인조가죽은 원단 재단 시 나오는 분진과 접착제 냄새가 각각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어느 쪽이든 제조 과정에서 환경에 부담을 주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현장에서 늘 느꼈습니다.
특히 무두질 공정은 나라마다 규제 수준이 크게 다른데, 폐수를 정화 시설 없이 그대로 흘려보내는 지역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저는 원자재를 발주할 때 어느 나라, 어느 태닝 공장에서 가공된 가죽인지를 꼭 확인하는 편인데, 이건 단순히 품질 때문만이 아니라 그 가죽이 얼마나 깨끗한 공정을 거쳐 왔는지가 신경 쓰이기 때문입니다.
인조가죽 역시 마찬가지로, 제조 공정에서 배출가스나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라, 소재 이름만으로는 절대 환경 영향을 짐작할 수 없습니다.
인조가죽이 정말 더 친환경인지 팩트체크
그렇다면 인조가죽이 동물을 쓰지 않으니 확실히 더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는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한 환경 전문 매체는 가죽 산업 자체가 천연이든 인조든 비건이든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짚으면서, 대표적인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가 면섬유보다 약 3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하고 세탁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까지 방출한다고 설명합니다(그리니엄).
즉 인조가죽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탄소가 발생하고, 사용 이후에도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새로운 오염원을 남기는 셈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파인애플 잎이나 버섯 균사체, 심지어 감 같은 과일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식물성 대체 가죽도 개발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청도 감을 활용한 친환경 인조가죽을 상용화한 스타트업 사례가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국제섬유신문).
다만 이런 식물성 대체 가죽도 내구성을 위해 소량의 플라스틱 코 팅을 함께 쓰는 경우가 많아서, 완전히 플라스틱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결국 인조가죽이라는 이름 하나로 친환경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어떤 원료와 어떤 가공 방식을 썼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라벨에 적힌 '비건 레더'나 '에코 레더' 같은 문구만으로는 실제 성분을 알기 어려운데, 저는 이런 경우 원단 공급업체가 성분 구성비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지를 먼저 봅니다. 식물성 원료가 몇 퍼센트고 플라스틱 코팅이 몇 퍼센트인지 명확히 밝히는 업체와, 그냥 '친환경'이라는 단어만 강조하는 업체는 신뢰도에서 이미 차이가 납니다.
실무자가 보는 진짜 변수, 내구성과 수명
여기서 제가 실무자로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내구성과 수명입니다. 해외의 한 신발 브랜드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대체 가죽이 실제 가죽만큼 품질이 좋고 오래가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수명이 짧아서 더 자주 생산하고 소비해야 한다면 낮은 탄소발자국이라는 장점이 사라져 버린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뉴스트리).
저는 이 지적에 깊이 공감합니다. 실제로 제가 다뤄본 인조가죽 중 일부는 2~3년만 지나도 표면이 갈라지거나 벗겨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렇게 수명이 짧으면 소비자는 새 제품을 또 사야 하고, 그만큼 생산과 폐기가 반복됩니다.
반면 잘 만든 천연가죽 제품은 관리만 잘하면 10년, 20년도 거뜬히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소재 하나의 이름표보다 이 제품이 실제로 얼마나 오래 버텨주는지가 진짜 환경 영향을 가른다고 생각합니다.
짧게 쓰고 버리는 소재라면 아무리 원료가 친환경적이어도 결국 자원을 더 많이 소비하게 되고, 반대로 오래 쓸 수 있는 소재라면 그 자체로 환경 부담을 줄이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
래서 저는 신소재를 검토할 때 화려한 친환경 마케팅 문구보다 실제 내구성 테스트 결과부터 확인합니다. 접었다 펴기를 수천 번 반복했을 때 표면이 갈라지지 않는지, 자외선에 오래 노출됐을 때 변색이 얼마나 심한지 같은 기본적인 물성 테스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원료가 좋아도 그 소재는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버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글을 정리하며 느낀 건, 천연가죽과 인조가죽 중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착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둘 다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에 부담을 주고, 둘 다 개선의 여지를 안고 있습니다. 저는 소비자들이 소재 이름에 붙은 이미지보다, 그 제품을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게 결국 더 현실적인 친환경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