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나일론백의 탄생, 가죽 대신 나일론을 선택한 이유 가방 소재 이야기가 나오면 저는 열에 아홉은 프라다 나일론백을 떠올립니다.가죽이 곧 럭셔리라고 여겨지던 시절에 나일론으로 명품 가방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파격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26년 동안 가방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면서 가죽부터 나일론, 폴리에스터, 자카드까지 정말 다양한 소재를 다뤄봤습니다. 그런데 소재 하나가 브랜드의 이미지 자체를 바꿔버린 사례를 꼽으라면 프라다 나일론백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프라다가 왜 가죽 대신 나일론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이 소재가 어떻게 럭셔리 가방의 상징 가운데 하나가 되었는지를 가방을 만드는 사람의 시선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가죽 명가 프라다가 나일론을 선택하다프라다는 1913년..
가방을 26년 동안 디자인하고 생산하면서 수많은 퀼팅 가방을 다뤄왔습니다. 퀼팅 가방은 겉으로 보면 가죽이나 원단에 선을 넣어 볼록하게 만든 단순한 디자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생산 현장에서는 겉감의 종류와 두께, 안쪽 충전재, 실의 장력과 퀼팅 간격을 모두 맞춰야 원하는 형태가 나옵니다. 그중 샤넬 2.55백은 퀼팅과 플랩, 금속 체인이 하나의 균형 잡힌 구조를 이루는 대표적인 가방입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브랜드 역사만 반복하기보다, 샤넬 공식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탄생 배경과 가방 생산 현장에서 경험한 퀼팅 제작 원리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1955년 탄생한 샤넬 2.55백의 역사2.55라는 이름은 가방이 발표된 1955년 2월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샤넬 공식 자료에 따르면 가브리엘..
더로우 백으로 보는 소장 가치와 '조용한 럭셔리'명품 시장의 유행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합니다. 오색찬란하던 2년 전과 달리, 지금은 단순하고 절제된 디자인이 대세입니다. 이번 명품 하울 콘텐츠를 통해 현재 유행과 소장 가치, 그리고 나에게 맞는 가방을 고르는 안목에 대해 깊이 생각해봅니다. 명품 가방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소재입니다. 이번 하울에서 소개된 더로우(The Row) 가방은 부드러운 양가죽으로 제작되어, 가죽 셔츠를 만들어도 될 정도의 놀라운 부드러움을 자랑합니다. 실제로 제작자는 가방 제작 시 더로우 스타일을 참고하기 위해 직접 만져보고 싶다는 이유로 직구를 결정했을 정도입니다. 국내 매장에 재고가 없어 직구로 구매했으며, 쿠폰 등을 포함하여 300만 원 후반대에 구입..
에르메스 블라인드 스탬프, 알파벳이 곧 나이명품 가방 안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파벳이랑 숫자가 조그맣게 찍혀 있는 걸 보신 적 있으실 텐데요. 이게 그냥 장식이 아니라, 사실 그 가방이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출생신고서 같은 겁니다. 가방을 직접 만들고 생산하는 일을 오래 해온 저에게는 이 각인 코드가 남 얘기가 아니라, 제가 매일 공장에서 다루는 일이기도 한데요. 오늘은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을 중심으로, 이 알파벳과 숫자가 실제로 무슨 뜻인지 풀어드리겠습니다. 에르메스는 가방 안쪽, 보통 손잡이 스트랩이나 안쪽 가죽 탭에 작은 도장을 찍어두는데 이걸 블라인드 스탬프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블라인드 스탬프란 잉크 없이 가죽에 압력만으로 눌러 찍는 무색 각인을 말하는데, 색을 넣지 않고 ..
톰 포드, 구찌를 되살린 이름요즘 SNS에서 구찌 얘기가 유독 자주 보이는데, 사실 이 브랜드가 늘 이렇게 화제였던 건 아니에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구찌는 한물간 브랜드 취급을 받으며 매출이 곤두박질쳤던 적이 있습니다. 그랬던 구찌가 지금처럼 트렌디한 이미지를 갖게 된 건 결국 몇몇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 덕분인데요. 가방을 만드는 일을 오래 해온 입장에서 저도 브랜드가 이렇게 극적으로 부활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오늘은 구찌를 지금의 모습으로 바꿔놓은 세 명의 디렉터, 톰 포드와 알레산드로 미켈레, 프리다 지아니니 이야기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1990년대 초반 구찌는 거의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브랜드였습니다. 가족 경영 다툼과 무분별한 라이선스 남발로 이미지가 싸구려로 전락했고, 결국..
GG, 창업자 이니셜의 탄생구찌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아마 더블 G 로고일 텐데요. 이 로고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승마용품에서 시작된 홀스빗이라는 상징까지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는 의외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26년째 가방을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저도 브랜드 로고와 상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늘 관심 있게 지켜봐 왔는데요. 오늘은 구찌의 대표 상징인 GG 로고와 인터로킹 G, 그리고 홀스빗 버클까지 세 가지 이야기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구찌의 상징인 더블 G 로고는 창업자 구치오 구찌가 만든 게 아닙니다. 구치오는 1953년에 세상을 떠났고, 로고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1960년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이에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브랜드를 이끌던 셋째 아들 알도 구찌가, 아버지 구..
구찌브랜드의 탄생 |구치오 구찌는 누구인가?구찌라고 하면 대부분 마몬트나 디오니소스 같은 요즘 인기 라인부터 떠올리실 텐데요. 사실 이 브랜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창업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26년째 가방을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저도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구찌의 시작이 생각보다 훨씬 드라마틱하다는 걸 알게 됐는데요. 오늘은 구찌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창업자 구치오 구찌와 피렌체, 사보이 호텔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구치오 구찌는 1881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났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도 가죽을 다루는 장인이었다고 하는데, 정작 구치오는 젊은 시절 아버지의 가업을 그대로 잇기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했다고 전해집니..
토고와 엡송, 가장 흔히 쓰이는 가죽에르메스 가방을 이야기할 때 이름 못지않게 중요한 게 가죽 소재인데요. 26년간 가죽을 다뤄온 저에게도 에르메스가 쓰는 가죽들은 늘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오늘은 에르메스가 대표적으로 쓰는 가죽 종류들을 소재별 특징 위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토고 : 송아지 가죽 중에서도 에르메스 가방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소재예요. 표면에 자잘한 주름 무늬가 있는 게 특징인데, 이 무늬는 인위적으로 찍은 게 아니라 가죽을 무두질할 때 표면을 일부러 도톡하게 살려서 나온 자연스러운 결입니다(출처: 나무위키). 여기서 무두질이란 동물 가죽을 부패하지 않도록 화학적으로 처리해서 오래 쓸 수 있는 소재로 바꾸는 가공 과정을 말해요. 토고는 스크래치가 나도 흠집이 잘 티가 안 나는 편..
에르메스 가방 가든파티와 에르백, 상황과 목적에서 온 이름지난 1편에서 버킨백, 콘스탄스백, 볼리드백, 피코탄, 린디, 에블린까지 여섯 가지 이름을 정리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이어서 가든파티, 에르백, 플륌, 베루, 24/24, 빅토리아, 롤리스까지 나머지 일곱 가지 이름의 유래를 설명 위주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이번 편까지 보시면 지금까지 다룬 에르메스 가방 이름이 총 열네 가지가 됩니다. 가든파티 : 이름 그대로 정원에서 열리는 파티처럼 편안한 자리에서 가볍게 들기 좋은 가방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캔버스 원단과 가죽을 함께 쓰는 투톤 구성이 특징인데, 투톤이라는 건 서로 다른 두 가지 소재나 색을 한 가방에 함께 배치하는 방식을 말해요.무거운 가죽만 쓰면 가방 전체가 무거워지고 캔버스만 쓰면..
에르메스 가방 이름 속 사람들 버킨백과 콘스탄스백에르메스 가방은 이름이 워낙 많아서, 켈리와 버킨 정도는 알아도 나머지 이름은 헷갈리거나 아예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오늘은 그런 분들을 위해 에르메스 가방 이름과 유래를 한 번에 총정리해드리려고 합니다. 켈리백의 역사는 지난번에 자세히 다뤘으니 이번엔 짧게 짚고 넘어갈게요. 원래 삭 아 데페슈라는 서류가방이었다가, 1956년 그레이스 켈리가 임신한 배를 가리며 든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1977년에 정식으로 켈리백이라는 이름을 얻은 가방이었죠. 오늘은 여기서 더 나아가 버킨백, 콘스탄스백, 볼리드백, 피코탄, 린디, 에블린까지 여섯 가지 이름의 유래를 설명 위주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버킨백 : 이름의 주인공은 배우이자 가수인 제인 버킨입니다. 198..